아들의 소포
임현숙
오늘 오타와에서 소포가 도착했다.
드디어 막내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온다.
군대 간 아들의 입고 간 옷과 신발이 든 소포를 받고 대성통곡했다는 엄마의 심정을 알 듯하다.
아들이 보낸 다섯 개의 상자에는 지난 사 년간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고향을 떠나온 것도 모자라 비행기로 4시간 반이나 멀리 떨어진 오타와에서 대학 시절을 보냈다.
건축 설계학을 전공했는데 우리가 사는 B.C 주에는 대학에 건축설계학과가 없어
먼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성적이라 외곬이 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스스로 한국 학생이 거의 없는 곳을 선택해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며 만족스러운 대학 시절을 보낸 것 같다.
둘째와 9년 터울의 막내로 가족의 사랑과 보호 속에서 자라서 홀로 서기가 그리 수월하진 않았을 텐데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마치게 되어 고맙고 대견스럽다.
어려움 모르고 누리며 산 누이들과 달리 대학에 입학할 무렵 집안 형편이 기울어
제대로 뒷받침해 주지 못해 늘 안쓰럽고 미안했다.
'오 년만 일찍 오지 그랬니...' 생활비를 제때 못 보내 줄 때마다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이다.
영하 30도의 추위에 학교까지 자전거 통학을 하고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운 후 집에 돌아와
끼니를 직접 해 먹어야 했을 어려운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 가족 곁으로 돌아와 따뜻한 밥은 먹게 되겠지만
설계사 자격증을 얻기까지 취직과 대학원 공부를 병행해야 하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홀로 이겨낸 세월이 주춧돌이 되어 비바람이 불어도 꿋꿋하게
대들보를 세우고 서까래를 얹어가며 차근차근 인생의 집을 잘 지어가리라 믿는다.
2013.06.09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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