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시 속에서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다운 그녀/문정희

라포엠(bluenamok) 2014. 5. 7. 00:06

 

나 옷 벗어요/ 그다음도 벗어요// 가고 가고 가는 것들 아름다워서// 주고 주고 주는 것들 풍요로워서// 돌이킬 수 없어 아득함으로/ 돌아갈 수 없어 무한함으로// 부르르 전율하며/ 흐르는 강물// (‘물시’ 부분)

 

 

책을 가까이 하고 싶은 계절이다. 서점에 깔린 수많은 책 가운데 한 권의 시집을 집었다. ‘카르마의 바다.’(문예중앙) 세상을 향해 늘 당당하고 우렁찬 목소리를 낸 문정희 시인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어떤 남다른 메시지를 담았을까? 시인의 새로운 육성이 궁금했다.

 

달콤한 가을 햇살이 비치는 서울 강남의 한 까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집과 더불어 산문집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다산책방)도 14년만에 출간했다. 지난 2011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탈리아 카 포스카리 대학이 주관하는 예술가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3개월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머물며 <카르마의 바다>를 썼다. 카르마(carma)란 불교용어로 업보(業)를 뜻한다. 카르마와 바다는 어떤 관계일까.

 

 

“물”

 

“사람이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 속에는 많은 의미가 있어요. 우리가 물을 마시고 그것이 내 몸속에 들어가 나의 슬픔과, 감동과, 사랑과 융화되면서 눈물로 나오기까지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한편으론 수세기가 담겨있다고 할 수도 있죠. 물이 몸에 들어가고 또 나오고 그것이 강으로 흘러가 바다가 되고 또 생명수가 되었다가 다시 눈물이 된다는 점에서 물의 카르마는 대단해요.”

 

43년간 시를 써온 그에게 물은 익숙한 소재였다. 스승 미당 서정주의 시를 물의 이미지로 해석해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물에 대한 깊이 있는 탐색을 해왔고 오랜 기간 내공을 쌓아온 저력이 물과 언어의 만남을 빚어냈다. “물은 우리 몸의 70%를 이루고 있고, 지구 역시 물로 뒤덮여 있지요. 그리고 물은 곧 생명이에요. 화성에도 물이 있느니 없느니 궁금해 하는 것도 생명과 연관되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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