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기 -문정희
항아리에 받았더라면
열두 번 머리를 감고
열두 번 목욕을 하고도 남았을
나의 눈물을
오늘은 키 큰 나무 무성한 잎에다
알알이 매달아 두리
바람 불면 후두둑 떨어져
풀들의 발가락 하얗게 씻어주리
그 힘으로 풀들이 일어서고
땅속 깊이 새로 강이 태어나고
지난해던가 떠나버린 봄도 돌아오리
지상에 세운 누구의 집이
풀잎 아닌 것이 있으랴
이 절벽이 끝나고 너 떠날 때
헛발 딛지 않도록
나의 눈물을 키 큰 나무 무성한 잎에다
알알이 매달아 두고
바람 불면 후두둑 허공을 두드리리
지상에 초록길이 열리게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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