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세다 세다 잊었습니다

라포엠(bluenamok) 2012. 1. 14. 14:47


세다 세다 잊었습니다
                       /안개비 임현숙
수없이 손가락을 꼽으며
그대 소식을 기다리다
얼마를 세었는지 잊었습니다
저녁노을은 바닷속으로 
셀 수 없이 자맥질하고
초승달이 몇 번이나 뜨고 졌는지
세다 세다 잊었습니다
열 밤 자고 온다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그렇게 밤을 헤아리다 잊었습니다
조금만이라는 말의 의미가
무진장 늘어지는 것도 잊어가지만
기다림의 끝은 세지 않아도
다가온다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운 마음에 세월을 끌어당겨
길고 긴 기다림의 종착역으로 달려갑니다.
그날.
그대 가슴에 폭 안아주시렵니까.
                 Jan.13,2012 煙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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