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해 앞에서 /안개비 임현숙 방안 깊숙이 햇살을 드리우는 창가에 훌훌 벗고 나신으로 서고 싶다 따뜻한 볕을 알몸으로 안고 은빛 가루를 바르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는 건 쌀 한 톨만도 못한 위신과 물 한 모금만도 못한 체면의 옷을 나만의 공간에서도 벗지 못해 민얼굴만 내맡긴다 겹겹 옷 속에서 노곤함이 배어 나오고 욕망이 꿈틀대며 일어선다 절인 배추 같던 심장이 새우처럼 팔딱거린다 얼굴이 뜨겁고 몸에 열이 오른다 하얗게 빛나는 겨울 해 앞에서 나는 또 하나의 불덩이로 타오른다 마침내 붉은 나신이 된 채로 서있다 Jan.12,2012 煙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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