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15
겨울, 사랑의 편지
김용택
산 사이
작은 들과 작은 강과 마을이
겨울 달빛 속에 그만그만하게
가만히 있는 곳
사람들이 그렇게 거기 오래오래
논과 밭과 함께
가난하게 삽니다.
겨울 논길을 지나며
맑은 피로 가만히 숨 멈추고 얼어 있는
시린 보릿잎에 얼굴을 대 보면
따뜻한 피만이 얼 수 있고
따뜻한 가슴만이 진정 녹을 수 있음을
이 겨울에 믿습니다.
달빛 산빛을 머금으며
서리 낀 풀잎들을 스치며
강물에 이르면
잔물결 그대로 반짝이며
가만가만 어는
살땅김의 잔잔한 끌림과 이 아픔
땅을 향한 겨울 풀들의
몸 다 뉘인 이 그리움
당신,
아, 맑은 피로 어는
겨울 달빛 속의 물풀
그 풀빛 같은 당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시인의 향기 > 나물 한 바구니(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생각하며.. (0) | 2013.03.13 |
---|---|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김용택 (0) | 2013.03.03 |
해 지는 가을 들길에서/김용택 (0) | 2012.10.16 |
등잔 / 도종환 (0) | 2012.10.05 |
혼자 사랑/도종환 (0) | 201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