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등잔 / 도종환

라포엠(bluenamok) 2012. 10. 5. 21:12

 

 

 

 

 

등잔 / 도종환


심지를 조금 내려야겠다
내가 밝힐 수 있는 만큼의 빛이 있는데
심지만 뽑아 올려 등잔불 더 밝히려 하다
그을음만 내는 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잠깐 더 태우며 빛을 낸들 무엇 하랴
욕심으로 나는 연기에 눈 제대로 뜰 수 없는데
결국은 심지만 못 쓰게 되고 마는데

들기름 콩기름 더 많이 넣지 않아서
방 안 하나 겨우 비추고 있는 게 아니다
내 등잔이 이 정도 담으면
넉넉하기 때문이다

넘치면 나를 태우고
소나무 등잔대 쓰러뜨리고
창호지와 문설주 불사르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으면
은은히 밝은 내 마음의 등잔이여
분에 넘치지 않으면 법구경 한 권
거뜬히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빛이여

 

 

 

등불 /영사운드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고요히 타오르는 장미의 눈물 하얀 외로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먼바다에 그대 배를 띄워요 창가에 홀로 앉아 등불을 켜면 살며시 피어나는 무지개 추억 그대 슬픈 밤에는 등불을 켜요 정답게 피어나는 밀감빛 안개 황홀한 그리움에 그대 불을 밝히고 회상의 종소리를 그대 들어보아요 창가에 홀로앉아 등불을 켜면 조용히 들려오는 님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