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빈 집1-문태준

라포엠(bluenamok) 2014. 5. 22. 01:15

 

 

 

  

  

 

빈 집 1


.........................문태준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 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가락을 세워 구멍을 냅니다 우리가 한때 부리로 지푸라기를 물어다 지은 그 기억의 집 장대바람에 허물어집니다 하지만 오랜 후에 당신이 돌아와서 나란히 앉아 있는 장독들을 보신다면, 그 안에 고여 곰팡이 슨 내 기다림을 보신다면 그래, 닳고 닳은 싸리비를 들고 험한 마당 후련하게 쓸어줄 일입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 바장조 Op.5-1

- Jacqueline Du P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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