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살찌는 가을
/ 안개비 임현숙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
네가 그리워 눈앞이 흐려졌다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
내 가슴 모서리로 젖어드는 그리움에
저녁 내내 슬픈 사슴의 눈으로
네 그림자를 찾아 헤맸다
은하수를 갖고 싶어
밤하늘을 누비는 사람도 있지만
나의 하늘엔 은하수가 흐르지 않았다
아득히 먼 광년의 별이어도
나만의 별 하나만이 빛나고 있었다
홀로 눈 뜨는 새벽하늘에
동그마니 떠 호위병처럼 지켜주던 나의 별
행복감에 젖을수록 더 빛나고
외로울수록 가까워지는 별과의 거리
그것은 달콤한 헤이즐넛 커피 향이다
뜨거운 것이 그리워 찾은 커피 한 잔에도
네 얼굴이 들어 있다
가을 햇살에 바삭하게 구워진 가랑잎이
발밑에서 바스러지는 처절한 신음이
너를 그리는 내 마음의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여름 바람에 네 웃음소리가 들렸고
산에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네 쓸쓸함이 묻어났다
처음엔 각설탕 크기만 하던 그리움이
마음 밭을 구르며 심장 크기만큼 살이 찌더니
언제부턴가 마음 밭에 꽉 들어차 아우성을 하고 있다
뽀얀 안개가 걷히는 아침
내 그리움의 커피 향을 찾아 하늘을 바라본다
아,
가을 햇살이 나의 별을 감추어버렸다.
Sep.20,2011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