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여름 텃밭은
임현숙
친구네 여름 텃밭에 초록 물이 여물었다
은근한 볕이 빚은 햇술 풋내 마을을 서성거리고
솜털 가시 옷 입은 호박잎 울타리는
푸성귀 밭의 파수꾼
오가는 눈길 머무는 한낮 정경이 푸짐하다
볕에 그슬린 곱슬이 상추
햇술에 만취해 벌러덩 누운 부추
큼직한 *슈룹 들고 선 머윗대
그물처럼 엉긴 참나물 수풀엔
바람이 걸려 웅웅거리는
친구네 풀잎 밥상
외갓집 평상에서 고추 상추쌈 싸 먹던
푸름의 여름
찰옥수수 냄새 군침 삼키던
그날 눈앞에 있다
친구네 여름 텃밭은
알싸한 입맛이 농익어 가고
두고 온 것들을 불러내는
구수한 외할머니 밥상
물밀듯 차오르는
풀빛 고향이다.
-림(20240707)
*슈룹: 우산의 순우리말
'나목의 글밭 > 시2·다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구름의 바람 (0) | 2024.08.02 |
---|---|
첫_이란 (0) | 2024.07.30 |
양은 도시락의 추억 (1) | 2024.06.11 |
라스 베이거스 (1) | 2024.06.05 |
그리움의 등을 켜니 (0) | 202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