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내 유년의 골목길

라포엠(bluenamok) 2019. 8. 27. 13:55


 

 

내 유년의 골목길

 

임 현 숙

 

 

 

내 유년의 골목길은 놀이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까르르 깔깔

옷은 초라해도 마음은 아라비아 부자였지

 

어린 발자국 사라지면

누룽지 냄새 가장을 반기고

뿌연 외등 깜박이며

연인들 입맞춤 눈 감아 주기도 했지

 

밤 깊어 출출할 무렵

부르잖아도 찾아오는 야식 배달

메~밀~~묵

찹~쌀~~떡~~~

좁은 골목길은 누추하지만

유쾌하고 정겹고 낭만이 있었네

 

세월이 무심히 흘러 찾아간 그 골목엔

유년의 웃음소리 대신

반짝이는 자동차가 거드름 부리고 앉아 있었어

현대화가 야속하게 밀어버린

옛 시절 그리워 눈감으니

포장도로 저 밑에서

철모르던 명랑한 소리 달려오네.

 

 

-림(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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