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내리막길은

라포엠(bluenamok) 2014. 1. 22. 09:22

 
 
 
      내리막길은 임 현 숙 오르막과 내리막이 나란히 달리는 길섶 삼층집 천정이 경사진 방에서 반백의 소녀가 봄을 가꾼다 높은 창 너머로 밤하늘과 소곤거리며 꿈을 그리다가 찾기만 할 수 있는 생명 통장에서 하루를 꺼내는 아침이 뻐근하다 행복 찾아 오십여 계단을 어렵사리 오르고 나니 삐끗하고 쩔뚝이던 계단도 행복이었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데 부디 이 내리막이 저 아스팔트 길 아닌 층층 계단이었으면 좋겠다 무릎 관절 악악거려도 한 단 한 단 새김질하며 세월의 각을 잡고 봄나물도 캐고 잠자리 날개옷도 걸쳐 보고 새삼스레 뾰족구두 빨간 입술로 웃음도 날려보고 나 홀로 여행도 해보고 싶다 생명 잔액 바닥날 때까지 삶의 올가미 벗고 훠얼훨 나비가 될 수 없을까 내리막길을 내달리는 자동차 꼬리가 빨갛게 비웃고 달아난다. -림(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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