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꿈꾸는 섬 - 송수권

라포엠(bluenamok) 2017. 3. 9. 20:01



        꿈꾸는 섬 - 송수권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 내 어린 날은 한 소녀가 지나다니던 길목에 그 소녀가 흘려 내리던 눈웃음결 때문에 길섶의 잔 풀꽃들도 모두 걸어 나와 길을 밝히더니 그 눈웃음결에 밀리어 나는 끝내 눈병이 올라 콩알만한 다래끼를 달고 외눈끔적이로도 길바닥의 돌멩이 하나도 차지 않고 잘도 지내왔더니 말없이 꿈꾸는 두 개의 섬은 슬퍼라 우리 둘이 지나다니던 그 길목 쬐그만 돌 밑에 다래끼에 젖은 눈썹 둘, 빼어 눌러 놓고 그 소녀의 발부리에 돌이 채여 그 눈구멍에도 다래끼가 들기를 바랐더니 이승에선 누가 그 몹쓸 돌멩이를 차고 갔는지 눈썹 둘은 비바람에 휘몰려 두 개의 섬으로 앉았으니 말없이 꿈꾸는 저 두 개의 섬은 즐거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