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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 문태준

라포엠(bluenamok) 2025. 3. 1. 23:48
김선우의 티끌이 티끌에게」 감상 문태준




티끌이 티끌에게
-작아지기로 작정한 인간을 위하여


   김선우 (1970~)




내가 티끌 한 점인 걸 알게 되면
유랑의 리듬이 생깁니다
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
드넓은 우주에 한 점 티끌인 당신과 내가
춤추며 떠돌다 서로를 알아챈 여기,
이토록 근사한 사건을 축복합니다
때로 우리라 불러도 좋은 티끌들이
서로를 발견하며 첫눈처럼 반짝일 때
이번 생이라 불리는 정류장이 화사해집니다
가끔씩 공중 파도를 일으키는 티끌의 스텝,
찰나의 숨결을 불어넣는 다정한 접촉,
영원을 떠올려도 욕되지 않는 역사는
티끌임을 아는 티끌들의 유랑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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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끌은 티와 먼지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니 아주 작은 것을 뜻한다그러나 를 티끌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일개의 잘디잔 부스러기처럼 하찮게 여기고 변변찮다고 간주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오히려 라는 존재를 비록 한없이 연약하지만온전함을 갖춘 우주적 존재로 인식한다는 맥락일 테다.
   시인은 한 산문에서 작고 여리고 홀연한 그 아름다움들에 기대어 오늘이 탄생하고 내일이 기다려집니다.”라고 썼고어느 시에서는 당신도 나도 그렇게 왔다는 거우리가 하나씩의 우주라는 거라고 썼다.
   이 시에서 시인은 티끌로부터 유랑의 리듬을 읽어낸다그리고 유랑의 리듬은 춤이라고 말한다춤은 생명이 가진 흥이면서 생기이면서 활발하고도 능동적인 움직임일 텐데우리가 작은 존재이지만 이렇게 춤을 추는 바로 그 주체라고 생각하니 꽤 멋있게 느껴진다당신과 나만 춤의 존재일까빗방울과 눈송이바람과 물결화초의 싹틈일출과 석양도 춤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