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기도 - 서정주

라포엠(bluenamok) 2015. 11. 25. 00:16

 

 

 

기도 - 서정주

 

 

 

저는 시방 꼭 텅 빈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텅 빈 들녘

같기도 합니다. 하늘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안에

두시든지, 날으는 몇 마리의 나비를 두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 미당 시집 <질마재로 돌아가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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