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11월의 어머니 - 윤준경

라포엠(bluenamok) 2015. 11. 8. 00:52



 

 

11월의 어머니 -  윤준경



 

11월 들판에

빈 옥수숫대를 보면 나는

다가가 절하고 싶습니다

줄줄이 업어 기른 자식들 다 떠나고

속이 허한 어머니

 

큰애야, 고르게 돋아난 이빨로

어디 가서 차진 양식이 되었느냐

작은애야, 부실한 몸으로

누구의 기분 좋은 튀밥이 되었느냐

둘째야, 넌 단단히 익어서

가문의 대를 이을 씨앗이 되었느냐

 

11월의 바람을 몸으로 끌어안고

들판을 지키는 옥수숫대

 

날마다 부뚜막에 밥 한 그릇 떠놓으시고

뚜껑에 맺힌 눈물로

집 나간 아들 소식을 들으시며

죽어도 예서 죽는다 뿌리에 힘을 주는

11월 들판에 강한 어머니들에게

나는 오늘도 절하고 돌아옵니다

 


 

'시인의 향기 > 영혼의 비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도 - 서정주  (0) 2015.11.25
11월 - 배한봉  (0) 2015.11.12
눈빛으로 말하다/나호열  (0) 2015.10.25
새-아버지학교 9/이정록  (0) 2015.01.02
동행-이상윤  (0) 201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