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책 - 박기섭

라포엠(bluenamok) 2016. 8. 19. 13:01



        책 - 박기섭 아버지, 라는 책은 표지가 울퉁불퉁했고 어머니, 라는 책은 갈피가 늘 젖어 있었다 그 밖의 많은 책들은 부록에 지나지 않았다 건성으로 읽었던가 아버지, 라는 책 새삼스레 낯선 곳의 진흙 냄새가 났고 눈길을 서둘러 떠난 발자국도 보였다 면지가 찢긴 줄은 여태껏 몰랐구나 목차마저 희미해진 어머니, 라는 책 거덜난 책등을 따라 소금쩍이 일었다 밑줄 친 곳일수록 목숨의 때는 남아 보풀이 일 만큼은 일다가 잦아지고 허기진 생의 그믐에 실밥이 다 터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