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4)

라포엠(bluenamok) 2012. 3. 27. 22:43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4) 안개비 임현숙 햇살이 고르게 어루만지는 시간 볕 좋은 곳에 앉아 당신에게 내 맘을 전합니다 지난봄은 가슴에 눈물 강이 흐르는 날들이었지요 느닷없이 닥쳐온 불행에 앞이 깜깜해지고 서울역에 신문지만 깔면 된다는 당신의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늘 단정한 옷차림이었는데 와이셔츠 소매가 너덜거리고 허리띠가 녹아서 끈끈하다는 그 말엔 내 몸도 흐물흐물 녹았습니다 내가 어려워 아파한 이상으로 삶과 고전 분투 하는 당신의 앙상한 얼굴이 떠오를 때면 시퍼런 면도날이 살을 베고 지나갔어요 수많은 억측이 주변을 맴돌고 줄 서 있던 인맥들이 꼬리를 감춘 서럽고 외로운 그 길에서 기필코 일어서리라 다짐하며 새봄을 일으켜 세운 당신은 꽁꽁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인동초요 아라비아 사막에 물길을 낸 개척자입니다 사다리를 올라 별을 딸 수 있다면 그 먼 거리까지 사다리를 놓을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그동안 받은 수모와 외면에 멍들며 빈손으로 재활에 성공한 의지의 한국인, 그런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제 우리 다시 만날 날을 손꼽으며 나는 오늘 세월의 화살에 제트 엔진을 달아봅니다 보고 싶은 당신, 건강하세요 웃으며 만나는 날 당신을 안아 드리겠습니다. Mar.27,2012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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