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결혼기념일 즈음

라포엠(bluenamok) 2014. 12. 11. 02:11

        결혼기념일 즈음 나목 임현숙 설렘과 아쉬움의 날들을 접어 원앙새 보금자리를 틀었지요 동지처럼 적군처럼 세월이 흐른 후 두 눈에 콩깍지 벗겨지고 달콤하던 밤 밋밋해졌어도 지갑 속에 낡은 신분증처럼 늘 품고 사는 부부라는 사이 입덧으로 삐쩍 말라 누워있을 때 먹고 싶다는 빈대떡을 행여 식을까 품에 안고 달려오는 따끈한 정성도 받아보았고 시퍼런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다던 새빨간 약속에 속아도 보았지요 해마다 돌아오는 기념일이면 좋은 사람 불러내어 일차 이차 삼차 즐거웠지만 단둘이 있고 싶은 속 내 몰라도 정말 모르는 사람 탈대로 다 타버린 인제야 검버섯 훈장 축축 달고 촛불 앞에 마주하니 등에 업혀 하하거리던 신혼의 그 바닷가 두 마음이 촛농처럼 흘러내립니다. 2014년 12월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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