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시 짓는 김 오르고

나목의 글밭/시 짓는 김 오르고

겨울을 보내며

라포엠(bluenamok) 2025. 3. 22. 22:25

 

겨울을 보내며

 

임현숙

 

 

바다를 건너온 봄이

겨울잠이 목마른 내 빈한 뜨락에

바다 빛 수다를 풀어놓는다

 

지난겨울은 순결한 눈빛으로 기도를 가르쳤다  

빈 들에서 주린 이를 위하여

눈밭에서 헐벗은 이를 위하여

겨울비처럼 눈물짓는 이를 위하여

다시 드러날 나의 허물을 위하여

 

지난겨울은 마음 수련원이었다

무언의 회초리로 내 안에 파도치는

노여움과 모난 등성이를 꾸짖어

참 어른다운 자리로 이끌었다 

봄이면 철부지로 되돌아갈 일 

겨울마다 받은 수십 개의 수료증이 마음 벽을 도배한다

 

봄의 헛기침이 뒷산의 잔설을 불어 내자 

잰걸음으로 떠나는 겨울 

 

구미호 봄바람 품에 안기며 겨울의 언어로 배웅한다

다음에도 지엄한 회초리를 기다리겠다고.

 

-림(20220222)

 

https://www.youtube.com/watch?v=Mwymu4fO9Tg

 

'나목의 글밭 > 시 짓는 김 오르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道 그리우面 얼음里  (0) 2025.03.28
설렘만으로도  (2) 2025.03.18
나목(裸木)  (0)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