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2024/04 12

바다장(葬礼)

바다장(葬礼)을 바라보며 임현숙  영종대교가 저만치 바라보이는 바다여기라고 손 흔드는 부표파랑 이는 그곳에 이별이 흐른다 언젠간 가야하는 저승길물속에서 태어나 다시 물로 돌아가는  바다장꾹꾹 눌러 우는 울음이 부표를 맴돌고망자는 점점이흐르다 흐르다 파도가 된다 '죽어 누울 방 한 칸을 마련하고 돌아서며세상을 더 사랑하게 될까 봐 울었다'는어느 노시인이 떠올라내 오랜 바람을 일서둘러 저 바다에 묻는다 꽃송이 송이 부표 옆을 흐르며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흔들리는 부표.  -림(20240426)

흐린 봄날의 사색

흐린 봄날의 사색 임 현 숙    밤새 울다 지친 하늘이 시름겨운 낯빛으로 눈 뜨는 아침  찌푸린 구름을 걷고   봄이 오는 산야에푸짐한 햇살을 고루고루 퍼주고 싶다 건넛집 할머니 하회탈 얼굴에 추워 웅크린 꽃망울에 서글픈 마음 벽에 솜털 같은 봄볕을 바르고 싶다 "엄마, 난 괜찮아요."봄빛 닮은 한마디저 하늘로 쏘아 올리고 싶다 여우비 내린다쨍쨍한 햇살로 도배되는 하루는싱그러운 수채화 두루마리.  -림(20240428)

산이 일어선다

산이 일어선다 임현숙 산이 일어선다 투명한 봄햇살에 검푸른 수의를 벗고 있다 푸른 피부가 짓이겨지고 불에 타버려도 죽음을 모르는 불사조 세월 무덤에서 삭정이 털어내며 부활하고 있다 골 따라 흐르는 맑은 피 일어서는 풀향기 꽃향기 아랫마을 숙이는 에취 에취 코앓이 중이지만 마음은 바람 타는 청보리밭이다 산마루 보듬고 있던 하늘도 좋아라 금빛 햇살 펌프질하고 볕에 굶주렸던 겨울 사람 금싸라기 분칠하며 부활의 날개 파드닥거린다 산이 일어선다 산 아래 살아있는 것들이 초록초록하다. -림(20240401) 유투브 업로드 https://www.youtube.com/watch?v=qDcmJFj7Fcg

봄머리에

봄머리에 임 현 숙 잎샘바람 속살에서 봄이 해처럼 솟아오른다 민들레 선한 얼굴로 잔디밭에 발톱을 기르고 겨우내 쓸쓸 주렴 드리운 창가에 정다운 봄볕 놀러 오니 태평양 건너 얼굴 얼굴이 꽃숭어리로 핀다 잘 지내니 언제 볼 수 있을까 살다 보면 만나지겠지 꽃송이마다 팽팽한 말풍선 열리고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말풍선 하나하나 터트리며 꽃물 들이는 봄머리 발바닥이 짜 르 르 르 나도 꽃이 되려나 보다. -림(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