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2024/05 8

그리움의 등을 켜니

그리움의 등을 켜니 임 현 숙   초록빛 꿈을 그리던젊은 날은지문조차 닳아버린 기억 안갯속을 헤맬 때면책갈피에 길이 있을 것 같아눈동자에 별똥별이 흐를 때까지헤르만 헤세를 탐미하고빨간 줄을 그어가며 외우곤 했다 오롯이 앞만 보고 달릴 땐하늘이 네모난 창문 크기만 했는데그리움의 등을 켜니창문이가 없는 하늘만 하다 두고 온 날들의 이야기나를 스쳐 간 것들이돌아 달려올 때면별똥별 해일이 몰아친다. -림(20130621) https://www.youtube.com/watch?v=KSopc-HDZcE

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

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 (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비응급 환자 위한 1차 진료센터 랭리점 오픈▲UPCC 버나비점 진료 센터 내부 사진.앞으로 랭리와 랭리 근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1차 긴급 진료에 대한 접근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9일 BC보건부는 응급실 방문 없이www.vanchosun.com

엄마의 빨랫줄

엄마의 빨랫줄 임 현 숙  그 시절 엄마는아침 설거지 마치고이불 홑청 빨래를 하곤 했다커다란 솥단지에 폭폭 삶아돌판 위에 얹어 놓고탕탕 방망이질을 해댔다고된 시집살이에마음의 얼룩 지워지라고부아난 심정 풀어보려고눈물 대신 그렇게 두드렸을까구정물 맑아진 빨래를마당 이편에서 저편으로말뚝 박은 빨랫줄에 널어놓으면철부지는 그 사이로 신나서 나풀댔다부끄러운 옷까지 대롱대롱 매달린울 엄마 늘어진 빨랫줄은 마음의 쉼터옹이 지고 구겨진 마음이훈풍에 펄럭이고 있었다엄마가 불쑥 그리운 날먼저 가신 하늘에 빨랫줄 매어 놓고엄마의 호박꽃 미소를 널어 본다. -림(20090709)

안개 도로

안개 도로  임 현 숙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 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 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 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 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에 업은 삶의 무게가 저 길만 할까 싶다 달리는 쇳덩어리에 고스란히 밟히다가 달빛이 교교한 새벽녘에서야 숨을 돌린다 신과의 싸움에서 진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 거북등 같은 저 길도 돌아눕지 못하는 모진 형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수은등 빛 안개가 아픈 등을 핥으면 워어워엉 슬픈 울림이 안갯속을 걸어 다닌다 길은 붉은 눈물을 떨구고  바라보는 내 등에 날개가 돋는다.  -림(20140117) htt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