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횡단보도를 건너며

라포엠(bluenamok) 2014. 3. 25. 00:44

횡단보도를 건너며

 

 

                             혜원 박영배

 

 

나에게 주어진

아주 단순하고 짧은 여유

내 생명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자유의 광장을 건넌다

이 루트를 통해 귀순해오는 이들은

철저한 감시와  미확인 지뢰밭을 피해

자유의 철책까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건너오거나 건너간다는 것은 일단. 

양쪽의 눈초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  

 

"살려주시오

북에서 왔습네다"

셔츠를 찢어 백기를 만들고

널 부러진 저승길을 달려와

통문 밖에서 울먹이는.

자유를 찾아

죽음을 각오한

나의 생때같은 핏줄들   

 

하루종일 총알이

머리 위로 . 가슴팍으로

핑핑 날아다니는 대 도로변 횡단보도 

그곳은 비무장지대다

나는 오늘도 살벌한 양쪽 감시 하에

삼십팔도 선. 자유의 광장을 통해  

소중한 생명선을 건너간다

잠간의 길목이지만 짐승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싶은

횡단보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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