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장경虛空藏經 / 김사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학교를 중퇴한 뒤
권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공사판 막일꾼이 되었다
결혼을 하자 더욱 어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떨어먹고 도로 서울로 와
다시 공사판
급성신부전이라 했다
삼남매 장학적금을 해약하고
두 달 밀린 외상 쌀값 뒤로
무허가 철거장이 날아왔다
산으로 가 목장을 맸다
내려앉을 땅은 없어
재 한 줌으로 다시 허공에 뿌려졌다
나이 마흔둘.
월간『현대시학』 2006년 3월호 발표
'시인의 향기 > 나물 한 바구니(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으로 가서 꽃이여 / 김사인 (0) | 2015.01.17 |
---|---|
여름날 / 김사인 (0) | 2015.01.17 |
바짝 붙어서다 / 김사인 (0) | 2015.01.17 |
그림자가 없다 / 김사인 (0) | 2015.01.17 |
빈 방 / 김사인 (0) | 2015.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