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안부가 그리운 날/양현근

라포엠(bluenamok) 2012. 7. 12. 02:06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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