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라포엠(bluenamok) 2011. 12. 8. 05:25

 

        그런 집이 있었습니다 임 현 숙 길모퉁이 돌아 담쟁이 엉클어진 축대 높은 집 돌계단 올라서면 능소화 수북하던 담장 옆에 대추나무 유령처럼 서 있고 통나무 벤치 놓인 마당에 여름밤이면 오빠네랑 언니네랑 별빛 헤아리며 삼겹살에 술잔 기울이던 곳 겨울이면 남쪽으로 열린 창에 쏟아지는 금빛 햇살 집과 함께 자란 감나무, 담 밑에 올망졸망 피어난 꽃들 어쩌다 술이 거나해 귀가 한 남편이 이 방 저 방 돌며 잠든 아이들을 안고 사랑을 쏟아내면 짜증 내던 아이들의 목소리 들리던 곳 작은 정원에서 사람 사는 소리 담을 넘고 이웃 발길 끊기지 않았던 이층집 이제 그곳엔 새 건물이 들어서고 감나무도 흔적 없지만 그 모퉁이 돌아가면 내 가족과 이웃들의 웃음소리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 담쟁이덩굴 길게 늘어진 담벼락 높은 집. 2011.12.07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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