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겨울
임 현 숙
유리창이 꽁꽁 얼고
마당 세숫대야에 손이 쩍 달라붙던
그해 겨울 등굣길
코밑엔 고드름이 열리고
스타킹으로 감싼 종아리가 알알하도록 추웠네
동동 발 구르다 올라탄 만원 버스는
사선으로 몸이 기울어져도
따스해서 좋았지
얼었던 양 볼은 발갛게 물들어
옆에 선 남학생이 오해할까 봐
수줍어 수줍어
홍시처럼 푸욱 익었네
겨울은 오고 또 돌아오지만
발그레 수줍던 양 볼은
눈송이처럼 차가울 뿐
그해 겨울의 수줍은 홍시는
어디서 잃어버린 걸까….
-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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