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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잃어버린 겨울

라포엠(bluenamok) 2017. 1. 24. 15:41


        
        잃어버린 겨울
                                                       임 현 숙
        유리창이 꽁꽁 얼고
        마당 세숫대야에 손이 쩍 달라붙던
        그해 겨울 등굣길
        코밑엔 고드름이 열리고
        스타킹으로 감싼 종아리가 알알하도록 추웠네
        동동 발 구르다 올라탄 만원 버스는
        사선으로 몸이 기울어져도 
        따스해서 좋았지
        얼었던 양 볼은 발갛게 물들어
        옆에 선 남학생이 오해할까 봐
        수줍어 수줍어
        홍시처럼 푸욱 익었네
        겨울은 오고 또 돌아오지만
        발그레 수줍던 양 볼은
        눈송이처럼 차가울 뿐
        그해 겨울의 수줍은 홍시는
        어디서 잃어버린 걸까….  
        -림(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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