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내 나이 세어보니

라포엠(bluenamok) 2017. 1. 3. 10:38


      
      내 나이 세어보니
                                                           임 현 숙
      먼지 한 톨도 쓸고 닦아야 후련하고
      자정 넘어 잠들어도 동 트기 전 일어나던 
      바지런함이 눕자 눕자 꼬드깁니다
      아침에 먹는 알약을 먹었는지 아리송해
      어느 날은 빼 먹고 어느 날은 또 먹어서
      인제 먹고 나면 동그라미 칩니다
      자식에게 떵떵거리던 목소리 기어들고
      어쩌다 핀잔 한 마디에
      어깨 오그리며 눈시울 붉어집니다
      한가한 시간 곧잘 우두커니 되어
      꿈을 키우기 보다 오랜 기억 붙들고
      차츰 의자와 한몸이 되어갑니다
      세월은 나이만큼 달려가지만
      나이 든다는 건 서서히 느려지다
      숨 다하는 날 깜깜해지는 것인가요
      모든 게 어눌해지고 작아지고 비어가기에
      다시금 일어서려 오뉴월 볕 그리며 
      내 안에 깜박이는 불씨 후후 풀무질합니다.
      -림(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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