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세어보니
임 현 숙
먼지 한 톨도 쓸고 닦아야 후련하고
자정 넘어 잠들어도 동 트기 전 일어나던
바지런함이 눕자 눕자 꼬드깁니다
아침에 먹는 알약을 먹었는지 아리송해
어느 날은 빼 먹고 어느 날은 또 먹어서
인제 먹고 나면 동그라미 칩니다
자식에게 떵떵거리던 목소리 기어들고
어쩌다 핀잔 한 마디에
어깨 오그리며 눈시울 붉어집니다
한가한 시간 곧잘 우두커니 되어
꿈을 키우기 보다 오랜 기억 붙들고
차츰 의자와 한몸이 되어갑니다
세월은 나이만큼 달려가지만
나이 든다는 건 서서히 느려지다
숨 다하는 날 깜깜해지는 것인가요
모든 게 어눌해지고 작아지고 비어가기에
다시금 일어서려 오뉴월 볕 그리며
내 안에 깜박이는 불씨 후후 풀무질합니다.
-림(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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