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바나나 임현숙 사시사철 널려있는 바나나지만 흔하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욕실에서 나오다 쓰러진 엄마는 뇌출혈로 떠나시기 전 바나나가 먹고 싶다고 입을 달싹거리셨다 코로 마시던 미음이 허기져 바나나로 먼 길 떠날 채비를 하셨나 보다 평소에 먹고 싶던 게 겨우 바나나였을 까 싶어 한달음에 사다 드리고 싶었지만 입으로 드실 수 없어 나으면 꼭 사드린다 약속했는데 헛약속이 되고 말았다 검버섯 활짝 핀 노란 바나나는 달콤함이 혀를 녹이지만 소리 없이 말하던 엄마가 떠올라 지금도 울컥울컥 바나나를 삼킨다. 2013.05.25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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