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언제쯤이면

라포엠(bluenamok) 2014. 7. 18. 12:44

    언제쯤이면 임 현 숙 삼십 분을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한 사람만 타라고 한다 정원이 차면 더는 태우지 않는 버스의 규정이 냉혹해도 순순히 물러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 혼자 버스에 오르며 줄서기 잘했지 싶다 줄을 선다는 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엄마 탯줄을 붙들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열 달을 기다리고 운동장 조회 시간이나 자리 정할 때에 키순서대로 줄을 서기도 했다 더 넓은 세상에 나와서는 인맥이라는 줄을 잡는다 누구의 줄인가에 따라 어깨가 빵빵해지거나 허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맨 앞줄에 서기 위해 손바닥을 비비는 경우도 왕왕 보았다 어리바리한 나는 그런 줄을 잡아볼 생각도 못 해보았고 오직 하늘 동아줄에 기약 없이 매달려 있는데 앞줄이 까마득하니 영 내 차례가 오질 않는다 간 뚝 떼어놓고 새치기하면 이루어질까 다음 버스는 삼십 분 후면 온다는데 하늘은 기약이 없다. -림(20140718)





'나목의 글밭 > 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얀 구두  (0) 2014.07.25
  (0) 2014.07.25
세월 따라서  (0) 2014.07.04
후회  (0) 2014.06.23
해마다 오월이면  (0) 201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