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언제쯤이면… 임 현 숙 삼십 분을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가 한 사람만 타라고 한다 정원이 차면 더는 태우지 않는 버스의 규정이 냉혹해도 순순히 물러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 혼자 버스에 오르며 줄서기 잘했지 싶다 줄을 선다는 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다 엄마 탯줄을 붙들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열 달을 기다리고 운동장 조회 시간이나 자리 정할 때에 키순서대로 줄을 서기도 했다 더 넓은 세상에 나와서는 인맥이라는 줄을 잡는다 누구의 줄인가에 따라 어깨가 빵빵해지거나 허리를 조아리기도 한다 맨 앞줄에 서기 위해 손바닥을 비비는 경우도 왕왕 보았다 어리바리한 나는 그런 줄을 잡아볼 생각도 못 해보았고 오직 하늘 동아줄에 기약 없이 매달려 있는데 앞줄이 까마득하니 영 내 차례가 오질 않는다 간 뚝 떼어놓고 새치기하면 이루어질까 다음 버스는 삼십 분 후면 온다는데… 2014.07.18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