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그리는 풍경
임 현 숙
짙은 안개는 암행어사이다
감찰이 깊어질수록
어수선한 세상은 먹통이 된다
굉음을 내며 오르내리던 자동차
눈 부라리며 오금 저리고
날랜 발길 굼벵이 된다
볼 꼬집던 바람 감쪽같이 숨어 버려
안개의 축축한 추궁만이 집요하다
날 속속들이 들여다보려 해
차를 타고서야 한숨 돌렸는데
어느새 집 앞에 먼저 와 어슬렁거린다
나도 바람처럼 꼭꼭 숨고
마을 전체가 그림처럼 고요하다.
-림(2015)
|
'나목의 글밭 > 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닥불을 지피며 (0) | 2017.02.22 |
---|---|
2월 어느 날 (0) | 2017.02.15 |
질투 (0) | 2017.02.06 |
새 달력에 바란다 (0) | 2017.01.29 |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0) | 2017.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