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모닥불을 지피며

라포엠(bluenamok) 2017. 2. 22. 11:13


      
      모닥불을 지피며
                                                                          임 현 숙
      새해 벽두부터 감기에 붙잡혔다
      콜록거리느라 잠이 저만치 달아나버려
      주섬주섬 일어나 앉는다
      길도 곤히 잠든 한 밤
      불티 날리는 소리처럼
      목을 조르는 기침 소리만이 고요를 깨운다
      삶이란 게 모닥불 같아서
      날마다 솜털 같은 목숨을 불쏘시개로 사르며
      활활 타오르기를 기다리지만
      풀무질이 어찌나 어려운지
      그만 울컥 멈추고 싶다
      미련이 속살속살
      달랑
      불씨만 남을지언정
      삶은 지펴져야 한다기에
      불쏘시개 같은 알약을 삼킨다
      지그시 풀무가 돌아가고
      푸른 불꽃이 벙그러진다.
      -2017.01.03 림(2017.2.19.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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