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소오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한쪽에는 내가 앉고
건너편에는 초저녁 서늘한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나는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순간에 나는 맨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 같다
푸른 피 흐르는 상처를 안고 뒹구는 나를
시이소오는 숨을 헐떡이며 곁에서 바라본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불안한 훈장처럼 상처는 수없이 따라 왔지만
나는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그 힘으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현대시학』(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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