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시이소오/문정희

라포엠(bluenamok) 2012. 2. 15. 06:06

 

 

 

 

 

 

 

시이소오

           문정희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한쪽에는 내가 앉고

건너편에는 초저녁 서늘한 어둠이 앉는다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나는 다시 허공으로 치솟는다

 

순간에 나는 맨땅으로 굴러 떨어진다

 

어둠은 한 마리 짐승 같다

푸른 피 흐르는 상처를 안고 뒹구는 나를

시이소오는 숨을 헐떡이며 곁에서 바라본다

 

나는 다시 시이소오를 탄다

 

추락은 예비되어 있고

불안한 훈장처럼 상처는 수없이 따라 왔지만

나는 혼자 시이소오를 탄다

 

어둠이 내려오는 빈 공원에서

슬프고 무거운 힘으로 지그시 내려앉았다가

다시 그 힘으로 허공으로 치솟는다

 

 

 

-『현대시학』(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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