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세월 따라서

라포엠(bluenamok) 2014. 7. 5. 03:41

 

 

        세월 따라서 임 현 숙 어려선 엄마가 사탕 열 개보다 좋아서 잠깐이라도 눈에서 벗어나면 구구거리며 찾아다녔는데 혼자 문밖출입을 할 만큼 자라선 친구를 알게 되고 차츰 엄마의 순위는 밀려났다. 그러다 이성이 마음에 들어온 후 엄마는 콩알처럼 더 작아져 버려 다락방에 밀쳐둔 장난감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하늘 땅만큼 좋아 둘이 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웠고 절벽도 건너뛸 것 같아 한 둥지 안에 살게 되었을 땐 오직 신랑이 우주요 행복이었다. 아이가 태어나 작은 가슴 꽉 차는 보름달이 되었고 다락방 엄마가 초승달만큼 그리워지기도 했다. 보름달을 어루만지며 소원을 빌고 달빛 따라 웃고 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 기울고 보니 어느새 불혹이요 더는 꽃이라 부르지 않는 그이 곁에서 사슬에 묶여 메말라갔다. 세월따라 좋아하는 순서가 변하며 "나"를 잃어 가는 거란 걸 울 엄마는 알았었을까! 이제, 어렴풋이 끝이 보이는 길목에서야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 바람불어 좋은 젊음의 뒤란으로 돌아가 쩍쩍 갈라진 마음 이랑에 초롱초롱 말 건네는 저 별을 심고 싶다. 2014.07.04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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