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풍경 한 점
임현숙
그 해 설날 오후
보란 듯이 차린 상을 물리고 나면
진초록 들판에 열두 달이 엎치락뒤치락
다섯 마리 새가 날고 폭탄이 터졌다
사돈간에 화투패 들고 앉아 허허허
남의 설사를 좋다고 긁어가고
피박, 광박 징한 용어들을 뱉어가며 눈치 싸움을 즐겼다
격도 체면도 뱀 허물처럼 벗어버린
사돈끼리의 우애로운 자리였는데
이국땅에서 그들 없는 설날을 만나니
상 차리느라 해쓱하던 시간이 보물처럼 비쳐온다
잔소리쟁이 작은 언니
막내 요리는 눈도 즐겁다던 큰오빠
그림처럼 앉아 받기만 하던 손위 시누이도
기억 속에서 고대로인데
언젠가 다시 만날 명절에는
하나둘 먼 길 떠나
빈자리엔 귀에 익은 목소리만 희미하겠다
명치에 박제된 그날의 군상
돌아가고 싶은 우리 자리.
-림(20250122)
https://www.youtube.com/watch?v=qbthZ-NHB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