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빈 의자/문태준

라포엠(bluenamok) 2011. 9. 4. 01:06

빈 의자/문태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 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쫓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