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느림보 마음 중에서/문태준--- 그리움만 쌓이네

라포엠(bluenamok) 2011. 9. 4. 01:10



        깊은 밤중에 무거운 지구가 고독에 잠긴다는 가을입니다. 초록을 그리워하지 않아 마른풀처럼 더 이상 뻗지 않는 것 욕심을 조가비처럼 작게 하고, 이제 나에게 주어진 열매를 수확하는 일의 즐거움을 선택하는 때가 가을입니다. 모든 생명들이 여름의 빛을 안쪽으로 거두는 때가 가을입니다. 크게 애쓰지 않아도 우리의 감각은 어느새 쾌청한 모드로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가을에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작은 공원을 걸어도 좋습니다. 아무말 하지 않고 걸어도 침묵이 얼마나 아름다운 대화인지를 알게 됩니다. 문득 가을 과일이 익는 것을 바라보면 우리에게도 스스로의 심지를 굳게 하고, 수확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가을 과일이 익는 속도만큼만 할 일이니, 그보다 더 빠르게 수확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그것이 가을을 멋지게 사는 일일 것입니다. 느림보 마음 중에서/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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