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미련없이 떠나 주기를

라포엠(bluenamok) 2011. 2. 27. 05:02

 




미련없이 떠나 주기를

                 안개비/임현숙

 

하얀 민들레 홀씨가 날리듯

눈꽃이 바람에 춤을 춘다.

떠나는 겨울의 입김 속에

여물던 꽃망울이 새파랗게 질려

숨을 곳을 찾는다.

 

겨울아

네가 주었던 삶의 고달픔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형벌처럼

명치 끝에 달라붙어 애태우는데

미련으로 슬픔 남기지 말고

북풍 몰아 네 갈 길 가렴

 

봄을 기다리는 꽃들의 아우성이

날리는 눈발 속에 묻히고

미처 떨어지지 않은 채

삶에 엉겨 붙어 있는 고달픈 겨울을

매몰차게 던져 버리고 싶다.

 

겨울아 이제 가거라

희망으로 가까이 다가온 봄을

달려가 껴안고 싶단다.

 

       Feb.26,2011 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