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멜빵 치마

라포엠(bluenamok) 2013. 1. 30. 12:50


      멜빵 치마 임 현 숙 무릎 아래 반 뼘 정도 내려오던 체크무늬 멜빵 치마 물려 줄 동생도 없고 쑥쑥 자라는 키 때문에 내 유년의 옷은 늘 무릎 아래 길이었다 똑같은 옷을 입은 친구는 살짝 보이는 허벅지가 앙증맞은데 치렁한 내 치마는 기도하는 수녀처럼 엄숙했다 엄마는 우후죽순 같은 내 키와 실랑이 중이어서 치맛단도 깊숙이 박아놓았다 멜빵을 달아놓은 건 두꺼워질 허리통을 위한 배려였겠다 하지만 내 기억의 파노라마엔 다음 해에 그 옷을 입은 장면이 없다 키보다 앞서 간 바람기가 수녀 옷을 거부했을까? 딸 아이가 교복 치마를 돌돌 걷어 올리면 볼 멘 소리를 하다가도 유년의 정숙한 치마를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림(201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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