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생일에
임현숙
가을 문 앞에서
어머니는 낙엽을 낳으셨지
바스러질까 고이시며
젖이 없어 홍시를 먹이던 어미의 맘
반백이 넘어서야 알았네
소금 반찬에 성근 보리밥
밀 풀 죽도 먹어보았지
또 한 번의 생일에 맛보는
이밥에 기름진 반찬도
엄마 생각에 쌉싸름하네
이제 생일의 의미는
소풍 길의 종착역이 가까워지는 것
영혼의 포장지는 낡아가는데
아직도 마음은 신록의 숲이어서
가을빛 사랑을 꿈꾸기도 하지
내 생에 가장 빛나던 순간
함께하던 모든 것들이 어른거리네
유리창을 쪼갤 듯 쏟아지는 햇살이
환희로 숨 가쁘게 하는 구월 둘째 날
어딘가의 추억 속에 유월의 장미로 살아있다면
가파른 소풍 길이 쓸쓸하진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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