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딸의 결혼 준비를 지켜보며

라포엠(bluenamok) 2014. 1. 28. 23:04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딸의 결혼 준비를 지켜보며

 

                                         임 현 숙 

 

 

 

 

 큰딸의 결혼식이 이십 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을 준비하고 결혼 전 행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내 결혼 무렵과는 너무도 다르게 결혼 전 과정을 즐기고 있다.

 

 흐르는 세월만큼 결혼 풍습도 변하여 가겠지만, 한국에서의 결혼 풍습은

부모가 주관자가 되어 초대장을 보내고 식을 치렀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결혼식 날을 잡고 식장을 예약하고 예단과 혼수를 장만하는데

부모, 특히 엄마가 참여하고 간섭하는 비중이 컸다.

아마도 결혼이라는 일생의 대사가 본인들만의 일이 아닌

가족과 가족 간을 잇는 연결 고리라는 관점을 중요시하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이곳 밴쿠버에서는 결혼식은 물론 준비하는 과정 모두가 당사자들이 주인공이요 주관자이다.

집과 혼수를 본인들이 알아서 마련하고 부모는 결혼식에 참석만 하면 되는 게 관례이다.

물론 부모가 여유가 있다면 집을 사는데 보태주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도움을 바라지 않는다.

결혼식 초대 손님도 부모는 자식의 처분을 기다려 배당해 주는 만큼 초대할 수 있다.

본인들이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자신을 아는 사람과 친구들이 우선이다.

자신들의 예산에 맞추어 식장을 정하고 그 식장 규모에 따라 손님 수를 계산한 후

초대 손님 수를 할당해 준다.

나도 턱없이 부족한 자릿수를 배정받으며 딸과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쩌면 이네들의 관념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족은 배경이요 본인들이 주인공이니 신랑 신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특이한 점은 처녀파티(bridal shower)이다.

결혼식 전에 신부의 친구들이 선물을 가지고 모여 축하 파티를 한다.

지난주에 딸애도 축하 파티를 했다.

작은딸이 준비를 맡아 언니 친구들과 연락하며 장소와 장식 및 음식을 계획하느라 분주했다.

큰딸은 당일 입을 옷을 고르고 소풍 가기 전날 어린애처럼 잔뜩 부푼 하루하루를 보냈다.

당일에 예비 사위가 리무진을 대여해 보냈는데

깜짝 선물을 하려다가 미리 발각되어 김이 새긴 했지만

큰딸은 함박꽃 같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방실대며 행복해했다.

바라보는 나도 흐뭇하고 마음 씀씀이가 태평양만 한 사위가 마냥 사랑스러워 어깨를 다독였다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즐기다가 친구들이 준비한 임무 카드를 들고 길에 나가

카드에 적힌 대로 행동해야 한단다.

찍어 온 동영상을 보니 다소 엉뚱하고 얄궂은 게임을 시켰는데 멋쩍어하면서도 수행하며 즐거워했다.

신부뿐만 아니라 신랑도 bachelor party, 이른바 총각파티를 하게 될 것이다.

bridal shower와 bachelor party가 갖는 의미는 결혼이라는 서약을 하기 전에

자유인으로 보내는 마지막 날이라는 게 아닐까 싶다.

솔로에서의 탈출이 아닌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히기 전을 만끽하는 시간일까?

 

 결혼식을 하고 혼인 서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면 서로에게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되고

둘이 아닌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도록 웃음소리가 창밖으로 새어나오는 따뜻하고 밝은 가정이 되려면

지금의 뜨거운 마음이 식지 않도록 위하고 배려하며 이해와 인내의 탑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세월이 가면 사랑의 빛깔도 바래진다지만 사랑의 근본만은 변하지 않는 부부가 되어

대대손손 사랑의 전설이 되기를 기도한다.

 

 

 

2014.01.27 림

 

 

 

                                                                

'나목의 글밭 > 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덕이 죽 끓듯 하다  (0) 2014.03.26
나를 울린 詩  (0) 2014.02.06
BREEZE의 아침/커피 한 잔의 사색  (0) 2014.01.08
어느 날...  (0) 2013.11.28
호수보다 강이 더 좋은 이유  (0) 2013.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