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문정희
여름에도 얇은 살 얼음을 덮고 사는
속살이 부드러운 누이
미루나무 속잎 피는 강가
코흘리개 동생을 오글오글 등에 업고
진흙 같은 생을 느린 걸음으로 걸어간다
사방에 벼랑은 이리도 많아
마치 출가승처럼 근신하다가
풀잎 끝에서도
곧잘 긴 귀를 뽑아
먼 곳을 바라보곤 한다
홀연 절벽에 이르러
누옥 한 채를 상징처럼 남겨두고
속살이 부드러운 누이
살얼음 녹듯이 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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