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그 집, 그 맛 그대로

라포엠(bluenamok) 2014. 12. 19. 08:59
    그 집, 그 맛 그대로 임 현 숙 몸살감기 일주일 째 자꾸 눕고 싶고 먹을거리만 생각난다 지금도 있으려나 몰라 '명동 할매 낙지볶음집' 사람이 겨우 비켜 지나가는 좁은 통로를 지나 열두어 명 앉으면 꽉 차는 초라한 식당이지만 줄 서서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었다 주인장 주름살처럼 곱게 채를 썬 양배추 위에 매콤달콤 야들야들한 낙지 볶음과 밥 한 공기 콩나물 국 한 사발 혀는 침을 흘리며 즐거워해도 두 볼이 발개져 후끈거리고 먹고 나면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아이고, 다시는 안 먹을게 쥐어뜯는 배를 달래며 다짐하지만 말짱해지면 쓱싹 잊어버리고 다시 달려가곤 했지 아프니깐 그 옛 맛이 그립기만 하다 할매는 흙이 되었을 텐데 아직 그 집, 그 맛 그대로일까. -림(201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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