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양은 도시락의 추억

라포엠(bluenamok) 2015. 1. 5. 07:22

      양은 도시락의 추억 임 현 숙 겨울이 오면 교실 조개탄 난로 위에 노란 도시락 탑이 쌓였지 양은 도시락 안에서 김치가 볶아지고 누룽지 냄새 코를 씰룩였어 난로 뒤에 앉은 친구는 수업 시간 내내 도시락 층 바꾸느라 바쁘고 이 교시 끝나는 종 울리기 무섭게 속전속결 하는 전투가 벌어졌어 김치와 콩자반, 달걀부침이 단골 메뉴였지만 꿀맛이었지 어쩌다 소시지를 발견하면 화살 빗발치듯 젓가락이 노략질했지 소시지 주인은 한 조각도 못 차지했어 선생님 오신다는 신호에 입안에 밥 물고 냄새는 나 몰라라 시침 뚝 떼었어 묵묵히 수업을 시작하는 선생님은 아마도 비염을 앓았던 거야. -림(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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