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
김종해
내가 내 이름을 불러볼 때가 있다
하루의 시간을 끝낸 자에게
등 두드리며 나직이 불러주던 이름
거울 앞에 서 있는
주름진 늙은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내 이름을 호명한다
세상 나들이 끝내고
돌아가야 할 마지막 시간을
나는 서둘러 묻지 않기로 한다
적멸의 시간이 가까이 와 있으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왔던
그 길 위에 서서
오늘 저녁 나는 다시 등불을 켜며
그대를 사랑했노라 나직이 말한다
⸺월간 《시인동네》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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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에 시 당선,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왜 아니 오시나요』 『천노, 일어서다(장편서사시)』 『항해일지』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별똥별』 『풀』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角을 지운다』 『모두 허공이야』 등.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우리들의 우산』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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