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거울 앞에서/김종해

라포엠(bluenamok) 2020. 1. 21. 23:44

거울 앞에서

 

   김종해

 

 

 

내가 내 이름을 불러볼 때가 있다

하루의 시간을 끝낸 자에게

등 두드리며 나직이 불러주던 이름

거울 앞에 서 있는

주름진 늙은이의 얼굴을 보며

나는 내 이름을 호명한다

세상 나들이 끝내고

돌아가야 할 마지막 시간을

나는 서둘러 묻지 않기로 한다

적멸의 시간이 가까이 와 있으므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걸어왔던

그 길 위에 서서

오늘 저녁 나는 다시 등불을 켜며

그대를 사랑했노라 나직이 말한다

 

 

             ⸺월간 시인동네2019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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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해 / 1941년 부산 출생. 1963자유문학에 시 당선, 1965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 『신의 열쇠』 『왜 아니 오시나요』 『천노, 일어서다(장편서사시)』 『항해일지』 『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별똥별』 『』 『봄꿈을 꾸며』 『눈송이는 나의 을 지운다』 『모두 허공이야.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 『우리들의 우산』 『그대 앞에 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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