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임 현 숙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오는
가을바람
꼿꼿하던 미루나무도 휘청이고
뭉게구름도 쩍쩍 금이 가 하늘하늘
바라보는 눈동자도 비틀댄다
여름내 그토록 갈망할 땐
꼭꼭 숨어 애태우더니
방방곡곡에 단풍 불 놓아
마음 들뜨게 하려는구나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건
무심한 바위뿐
신호등 삼원색도 흔들린다
갈까 말까
가을이 깊어가면
살아있는 것들은 카멜레온이 된다
백지 같던 마음에 푸른 멍이 들기도 하고
후끈 달아올라 단풍잎이 되기도 하지
이 가을엔 갓 씨만큼만 흔들려도 좋으리
저 불타는 가을 숲으로 가
활활 타는 단풍나무가 되고 싶다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림(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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