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위로
임 현 숙
햇살이 넉넉한 날
울적함을 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들꽃 반기는 오솔길을 걷는다
깊어진 하늘에 구름 돛배 하루를 쫓고
풀잎 귀에 소곤거리는 바람 따라
발걸음도 저절로 안단테 칸타빌레
발밑의 먼지처럼 일어서던 시름이 가라앉는다
이름 모를 들꽃과 눈을 맞추면
수줍어 벌렁거리는 새가슴
이 순간만은 돌아갈 곳 없는 나그네여도 괜찮다
들길에 선 외로움을 찬찬히 어루만지는
햇살과 바람과 들꽃
거저 받는 선물이 몽땅 나만의 것이다
호주머니를 털어내고 돌아오는 길
벌새 한 마리 부리를 세우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림(20160614)
https://www.youtube.com/watch?v=XQT8EcG9m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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