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의 기억 임 현 숙 잿빛 기억 너머물지게를 지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내 나이 예닐곱이었을까엄마의 물통을 잡고 바동거리며 쫓아가면몇 발짝 못 가서엄마의 허리가 기역 자로 휘어졌다힘겹게 다다른 단칸방 부뚜막에는누런 양회 봉지 쌀이 놓여있었고먹고 싶은 것이 많았던 철부지는매일 엄마의 속을 파먹는 독거미였다어느 날은 불긋불긋 두드러기 때문에뜨거운 부뚜막에 발가벗은 채 서 있었다엄마의 심장은 불타는 소금밭이었다영문 모르고 울고 있는 내 몸에엄마는 조기를 절이듯 소금을 뿌려댔고눈에서는 굵은소금 알이 쏟아졌다민간요법인지 무지인지아니면 가난인지그때는 어려 알지 못했다시골에서 상경한내 유년의 꿈이산동네에서 울먹이며 커가고 있었다산동네 사람은너도나도별을 잉태한 민둥산이었다. -림(2012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