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7.7.22 밴조선 기고/봇짐장수

라포엠(bluenamok) 2017. 7. 25. 22:28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70722/16









봇짐장수



                                         임 현 숙





티브이에서 삶이 천형인 듯한 사람을 보며
나는 울었다

 


기역으로 꺾인 허리, 변형된 발로 하루 열 시간 걸어 생선을 판다
뒤로 넘어져 허리뼈가 부러졌는데 돈 없어 치료를 못 해 활처럼 휜 등
가난이 아픔보다 더 무서워 발품을 판다는 고희 넘은 할머니
온종일 힘겹게 생선 판 돈 이만 팔천 원
삶이 가여워서 울었다
누군가 점심을 주면 터질 듯 배부르고 굶을 땐 한 없이 굶는단다
자식들에게도 가난을 물려주어 미안하다며
이다음에 자식 신세는 지지 말아야 하겠노라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생선 봇짐을 지겠다고
듬성듬성한 이 드러내며 하회탈처럼 웃는다



고달프다 여길 때
저 사람을 떠올려보라
몸은 지옥 길에 뒹굴어도 마음은 꽃길을 걷는
천사 같은 사람
나는 저이보다 젊고 허리도 꼿꼿하고 발도 튼튼하고
일 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이 길은 꽃길



나는 흠뻑 울었다
너무너무 감사해서.